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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유권자 운동과 지역정치

2010.10.11 18:22 | Posted by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과 지역정치

이 글은 2010. 6. 2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7.3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치포럼에서 발표된 글을 재수정하였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선거에 대응했던 성소수자 운동을 되돌아본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 웹진에 싣기로 하였습니다.



선거를 돌아보며

2010년 선거가 끝났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과 환멸은 선거결과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4대강사업, 세종시 문제, 교육정책 등 그가 추진하고 있는 전반적인 정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거결과와 다르게 반MB연합의 압력 속에서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했던 진보정당의 일관성 없는 원칙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기간 동안 나는 ‘한명숙 사랑해요’를 외치는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못해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창피하기까지 했다. 진보정당의 역할이 선거연합이라는 그늘에 가려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의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것이라면 과연 당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본질적인 의심이 든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지켜왔던 정책과 신념, 가치관들이 무참히 희생된 것만 같다.

반면 성소수자 유권자로서 선거에 개입해 정치에 참여하는 일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모여 만든 성소수자 차별반대 공동행동은 2010 지방선거 대응으로 후보자들에게 발송할 성소수자 요구안을 마련하였다. 성소수자 요구안을 수용하는 후보들은 적극 지지하고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을 보낸 후보들은 걸러내겠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무지개행동의 경우 예년과 다르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우리 동네 무지개가 떴어요’ 라는 캠페인을 별도로 진행했다.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드러내기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아쉽게도 참여율은 저조했다.

마포지역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은 최초로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마레연)를 만들어 지역에 함께 살고 있는 LGBT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모임을 가지기도 했고 마포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자들을 초청하거나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아내는 활동을 펼쳤다. 개인적으로는 6월2일 쫑파티 겸 선거결과를 함께 보는 자리에 참여했었는데 사람들의 참여도가 기대이상으로 높아 조금은 놀랐다. 마레연이 선거가 끝난 지금도 지역에 함께 거주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모임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은 좋은 성과로 남는다.

그 외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서울 지역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화 추대과정에 직접 참여하였고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전국의 교육감 후보들에게 질의를 보내고 답변을 받은 후보들을 공개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유권자로서 성소수자들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임을 드러내기 위한 유의미한 시도들이었다.

그리고 진보정당의 성소수자 관련 공약들도 예년과 다르게 구체화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차별금지조례, 1인 가구 지원, 성소수자 인권기본조례, 다양성 위원회 설치 등 지금이라도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많은 공약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당선된 후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안되지 않는다면 우선순위에 밀려 다음 선거의 공약으로 준비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직된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의 집단적인 드러내기가 필요하다.

선거에 앞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성소수자 운동을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내가 잠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후보군에 대한 지지표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다.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후보가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 공약까지 알고 있었다면 지지를 넘어 확고한 투표로 이어졌을지 모른다. 그 투표가 조직된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과 연계된 것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만약 성소수자 100명 중 50명이 진보후보를 지지했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우리가 사전에 가지고 있었다면 선거대응도 조금도 달랐을 거고 후보자들이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자세도 조금은 바뀌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성소수자 운동이 선거에 개입해왔던 활동들을 정리해보면 대개 요구안을 만들어 제안하고 각 후보자들에게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2010년 선거에서 특징적인 것을 꼽는다면 동성애자인권연대처럼 후보 추대위 과정부터 참여하는 활동, 무지개행동처럼 요구안을 만들고 지역의 성소수자들이 몇 명이 있는지 드러나게 하는 방식, 마레연처럼 아예 지역 LGBT 유권자모임을 만들어 지역 후보에 한정해 만나는 시간을 갖거나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두는 선거 전 활동으로 선거가 끝나면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활동도 정지되어 버린다. 아직까지 선거가 단체의 시기에 맞는 기획활동처럼 취급받기 때문이다. 다른 인권운동과 다르게 성소수자 운동이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다양한 유권자 운동을 하는 이유는 성소수자들이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삶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데, 선거 전 준비했던 많은 활동들이 허무하게 끝나는 것 같아 아쉽기까지 하다. 선거 전에는 후보자들에게 요구안을 보내 최소한의 약속이라도 끌어내려고 하는데, 이 노력이 선거 후에도 계속 이어져야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유권자 운동에 놓여진 과제는 바로 우리가 지금 누구를 지지하고 있고 어떤 후보에게 표가 갔고 왜 지지했는지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다. 성소수자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는 자료로서 유의미하지 않을까 한다. 오바마가 미대통령 후보시절 그를 지지했던 많은 집단 가운데 성소수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포스터를 만들어 제작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오바마의 등장과 함께 LGBT들도 다양한 영역에서 정치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도 성소수자들의 투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공개하는 방식을 넘는 운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10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졌는지 분석할 수 있다면 다음 선거 때 좀 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두 번째로는 진보의 가치를 가지고 당선한 이들과 함께 공약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후속작업을 지금 당장 진행해야 한다. 유권자 운동은 선거 전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선거 우리가 원하는 후보들을 더 많이 등장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성소수자 정치인을 발굴해내기 위해서는 선거 후 대응이 굉장히 중요하다. 유권자 운동이라는 탈을 쓰진 않아도 좀 더 중장기적인 목표 속에서 선거 전 약속했던 공약을 지키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010년 지방선거 결과는 후속대응을 하기 위한 좋은 토대가 되었다. 당선자수가 아직까진 미약하지만 진보정당 출신의 당선자들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것은 우리가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성소수자 유권자로서 정치참여활동을 벌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진보, 개혁적인 후보를 제외하곤 (때로는 이들 후보조차도) 질의에 대한 답변은 쉽게 무시되기 일쑤고 선거가 현안에 밀려 요구안조차 깊은 고민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방법도 아직까진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의 성장을 위해서는 마레연과 같이 지역에 터를 두고 있는 LGBT들의 적극적인 드러내기가 필요하며, 그것이 전국 단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과 긴밀히 연관될 수 있다면 우리는 힘 있는 유권자로서 비춰질 수 있을 것이고. 정치영역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욜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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